[뉴2030③]이정현 KIST 양자정보연구단 박사
MIT 박사 후 KIST 정착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 관심, 양자연구 매력에 끌려"
협업하면 즐거움 배로···"집단지성 발휘, 나만의 연구분야 개척하고파"

이정현 박사는 미래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양자 기술에 매진하는 젊은 과학자 중 한명이다. 어릴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한길만 걸었다.[사진=김지영 기자]
이정현 박사는 미래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양자 기술에 매진하는 젊은 과학자 중 한명이다. 어릴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그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한길만 걸었다.[사진=김지영 기자]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다. 의사냐 과학자냐를 두고 고민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오로지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만 꿨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한 기회에 미국대학으로 단기연수를 다녀온 후 '이곳에서 박사를 해야겠다'는 인생계획을 짰다.

'과학자가 되겠다' 마음먹은 후 망설임 없이 한 길만 걸어왔다는 청년. KIST 양자정보연구단에서 양자정보/양자컴퓨팅/양자센싱 등을 연구하고 있는 이정현 박사 이야기다.

이정현 박사는 미래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양자 기술에 매진하는 젊은 과학자 중 한명이다. '천직이란 이런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구가 좋다. 이 박사는 KIST에서 양자오류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 등을 연구한다. 최근에는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오류정정 등 연구를 통해 양자 기술 실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 MIT 박사학위 후 KIST로…"집단지성 발휘하며 새로운 도전 하고팠다"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양자센싱을 전공하게 됐죠."

양자 기술은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미래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를 개발하면(양자컴퓨터)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이 가능한 기술로, 암호체계에 활용하면(양자암호) 도청이나 감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절대 뚫리지 차세대 통신보안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자 기술의 가능성에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도 앞 다퉈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예산과 달리 실제 연구개발에 필요한 국내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인재확보가 시급한 때 그는 KIST에 왔다.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이 박사는 2018년 전문연구요원으로 KIST에서 박사후연구원생활을 시작했다. MIT 연구원 시절, KIST 연구자들이 자주 MIT를 찾았는데 그 때 KIST에서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KIST에서 3년 동안 다양한 배경지식을 가진 박사님들과 협업하면서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과 더불어 출연연에서 양자연구를 하는 가장 큰 매력을 느껴 KIST에 남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양자연구를 하려했던 건 아니다. 이 박사가 박사학위를 공부하던 때 물리학계를 중심으로 양자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졌다. 물질과 빛의 상호작용에 관심 있던 이 박사는 자연스럽게 양자센싱을 전공하게 됐다. 그는 "핵융합에 처음 관심을 가졌었고 중력파 관련 연구도 조금 했었지만 과학보다는 공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구동기를 설명했다.

◆ 진동에 민감한 양자연구 "도미노처럼 쓰려져 곤란하기도 했죠"

양자연구는 진동에 민감하다. 먼지가 쌓여도 청소는 금물이다. 실수로 건들였다가는 도미노처럼 쓰러져 실험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해야할 때도 있다. 실험실에서 양자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조심 또 조심한다.[사진=김지영 기자]
양자연구는 진동에 민감하다. 먼지가 쌓여도 청소는 금물이다. 실수로 건들였다가는 도미노처럼 쓰러져 실험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해야할 때도 있다. 실험실에서 양자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조심 또 조심한다.[사진=김지영 기자]
"양자가 미세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한번 설치하면 5년이든 10년이든 건들면 안 되거든요. 실험 잘하다 실수로 툭 치면 도미노처럼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요. 몇 번 실수한 적이 있어 곤란하기도 했었죠.(웃음)"

양자 실험이라고 하면 반도체 공정처럼 청결실험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반대다. 기계적 민감도가 높아 절대 건들면 안 된다. 청소도 불가능해 먼지가 소복하다. 연구자들끼리는 상관없지만 외부 손님이 봤을 땐 '청소도 안 한다' 오해받기 딱 좋은 비주얼이다. 이 박사는 "실수로 건드려 실험을 다시 한 적도 있다. 다른 연구자 기계를 깨뜨리기라도 하는 날이 가장 곤란하다. 실험실에서는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진동에 예민해 절대 건들지 않지만 최근 양자연구단은 이사를 위해 실험실을 정리 중에 있다. KIST는 국내 출연연 가운데 가장 먼저 양자 기술 연구개발을 추진하며 10여 년 전 본원에서 한국나노기술원과의 협력을 위해 광교로 확장, 이전했었다. 최근 양자 기술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KIST는 본원으로 확장 이전 중이다. 출연연의 높은 칸막이를 부수고 개방형연구소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학교교수나 기업 등 양자관련 연구자들이 집대성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실험장비들이 진동에 민감한 만큼 양자실험실은 지진설계 등이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한다. KIST도 새 단장을 통해 약 2년간 차근차근 이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 냈던 좋은 성과들은 협업이 기반이 됐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하며 연구하는 것이 좋다"며 "본원에 개방형연구소가 추구하는 바가 산학연 연결과 주요 허브로 안다. 그 기조에 맞춰 여러 연구자와 함께 좋은 연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 "나만의 연구분야 개척하고 싶어"

이 박사는 올해 큐비트 오류율 정정을 위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연구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진=본인 제공] 
이 박사는 올해 큐비트 오류율 정정을 위해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연구 등에 매진할 계획이다. [사진=본인 제공] 
양자컴퓨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큐비트 개수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 단위를 처리하고 저장하는데, 큐비트단위가 50이 넘으면 특정문제에서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엔 큐비트 개수보다 큐비트 하나가 제대로 움직이는지 오류율정정을 확실하게 잡는 연구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큐비트 1000개 보다 오류 적은 큐비트 50개가 훨씬 연산능력이 높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KIST도 올해 본격적으로 양자오류정정 연구를 시작한다. 이 박사는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나노공정기술을 활용해 연구를 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반도체 공정은 원하는 물질을 나노미터 수준의 형태로 제작하는 기술을 활용한다. 양자컴퓨터의 경우 큐비트라는 작은 단위를 제어하고 큐비트를 원하는 위치에 생성하기 때문에 반도체의 나노공정기술을 오류율정정에 적용할 수 있다"며 "다이아몬드 내부에 불순물을 주입하는 '이온주입'을 정확한 위치에 하려면 작은 구멍을 원하는 위치에 제대로 뚫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공정을 반도체에서도 유사하게 쓰고 있어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박사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가 많다. 연구책임자가 되면 정밀계측에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연구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는 "정밀계측에 양자현상을 이용한 연구는 아직까지 우월성을 보이지 못했다며 "계측이란 모든 물리량을 측정하는 기본으로 계측의 양자우월성을 보이면 이미징, 의약, MRI 등 실험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분야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가 되면 양자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도전적인 연구, 나만의 분야를 개척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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